'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247건

  1. 2011.04.04 it's for you 2
  2. 2011.04.02 11.04.02 어느 멋진 날
  3. 2011.04.01 11.04.01 만우절 그리고 문전박대
  4. 2011.03.31 11.03.31
  5. 2011.03.29 11년3월29일의 일상
  6. 2010.02.23 untitled
  7. 2009.10.27 2009.10.24 the Nike+ Humanrace 10k 참가하다~
  8. 2009.10.18 20091017 선발전 있던날 1
  9. 2009.10.05 20091005 speed!!
  10. 2009.09.29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사진가 김영갑씨를 기억하다.

it's for you


my dear..
 
pentax mesuper + m50.2 

11.04.02 어느 멋진 날

1. 이병우 선생님의 기타콘서트 <어느 멋진 날> 잘 보고 돌아왔습니다.
6년만에 처음으로, 그 때는 멀리였지만 오늘은 아주 가까이서, 착각일지라도 눈도 많이 마주치면서 정말, 내 평생 잊지 못할 멋지고 감동적인 공연을 봤습니다. 기분을 말로 다 할 수 없네요 :) 아.. 여운이..
이병우 선생님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선생님의 기타를 더 사랑하게 되었고, 기타바에 대한 의지를 굳히기도 했지요.
연이은 시험때문에 많이 피곤해서.. 자세한 후기는 다음에..ㅎㅎ

2. 할머니께서 댁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작년 9월쯤인가 손 다치신 이후로 우리집에 모셨는데 그동안 편치 않으셨던 것 같아요. 집에 돌아가는 길을 너무 좋아하시더라구요.. 외가에서 반평생 이상을 사셨으니 그런 것은 당연하지만 아파트에 답답함을 이겨내지 못하신 것도 있고, 일찍 출근해서 밤늦게 들어오는 일정 때문에 에 할머니랑 같이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제 잘못도 크고.. 옆방에 덩그러니 남겨진 나무 침대를 보고 있자면 후회와 죄송스러움만 남아요.
가기 전에 남기고 가신 강냉이과자! 많이 사드렸는데 반은 남겨놓고 가신 것 같아요. 딱딱해서 입안이 긁히고 아프지만(앗, 이것때문에 안드셨을지도..ㅠㅠ 난 바보인가..-_-;).... 한톨도 남김없이 다 먹어버릴테다......
이젠 할머니가 안 계신 집.. 많이 허전해요.. ☞☜

11.04.01 만우절 그리고 문전박대

1. 만우절이었지요. 네 최고로 재미없었습니다 ㅍㅍ


2. 왜, 아플땐 영혼을 위한 닭고기수프를.. 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오늘이 바로 그 닭고기수프가 필요한 날이었어요. 오후부터 몸이 급격히 안좋아져 골골대는 몸을 이끌고 시험 한시간 치른 뒤 수업을 아홉시까지 풀로 받으니 몸이 후들거리는데다가 저녁도 못먹었는데 집에 가서 내일 있을 종시에 대한 압박감으로 잘 외워지지도 않는 답안을 붙들고 밤을 샐 것이 뻔하다는 생각에 이건 아니다 싶어 학교 앞에서 닭육수로 국물을 낸 맛있는 쌀국수를 한 그릇 마셔주리라 결심하고 나름 쌀쌀한 바람을 뚫고 포'응 쌀국수 집으로 한달음에 달려갔으나 주인아저씨(가 아니고 청년이었지만 지금은 아저씨)는 자리를 두리번거리던 제게 시간이 늦어 손님을 받지 않는다고 단박에 퇴짜를 놓았습니다 오 맙소사
본인은 본디 유순하지 않으나 사납지만도 않은 보통의 여자사람이지만 밥 굶기면 뭅니다. 주인아저씨 파상풍주사는 맞으셨을까 모르겠네요. 하하
(그냥 눈딱감고 팔뚝에 이빨자국 남기는 상상정도??)
여하튼 여러모로 힘든 하루였네요

3. 내일의 할 일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레알???) 종시. 토요일인데도 새벽같이 나와야합니다 오 맙소사
미슈퍼 찾으러 가는 날. 야호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레알!!!!) 이병우님 기타콘서트 가는 날. 야야호!! 먼데까지 가는지라 몸상태가 살짝 걱정되긴 하지만 가까이서 즐겨주겠어요 (번뜩+_+) 참, 혹시나 생길 기회를 위해 차 세트 챙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어요. 예쁘게 포장도 하고.. 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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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31

카메라가 고장났습니다. 셔터가 터질 생각을 않네요. 셔터막도 엉망이고 스펀지도 너덜너덜.. 이라니 누구나 오랫동안 묵혀놨다고 생각할 법하지요. 사실 그 동안 몇십 롤의 필름이 들어갔다가 나온 녀석인데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병원에 갔어요. 청계천에 있는 태양사에 가니 소문대로 신사적인 할아버지께서 이마에 동그란 확대경을 끼고 작업대에서 다른 카메라를 손보고 계십니다. 얼마 전에 안성기님과 이하나씨 주연의 <페어 러브>를 봤는데 안성기씨가 맡은 역이 카메라 수리공이었어요. 사실 카메라가 소재로 나온다는 이유로 본 영화였는데 영화상에서 카메라 수리공이 작업하는 모습이 참 신기하더랍니다. 그런데 오늘 그 광경을 직접 보았으니 그 느낌은 감회가 남달랐다고나 할까요, 작업대 위에서 철제 옷을 벗고 복잡한 회로가 드러난 채로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엄마 앞에서 목욕 순서를 기다라는 때묻은 꼬마들이 떠올라서 우스꽝스럽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녀석을 영감님께 맡기니 한참을 보시면서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시더니 카메라가 너무 오래돼서 "쩔어"있다고 하시더군요. 정신이 번쩍 들더라구요. 아무리 제 손에 들어온지 3년이 됐다 해도 막 굴린 것도 아니고 창고에 쳐박아둔 것도 아니고 자주 찍어줬는데 "쩔었"다니.. 내가 내 카메라를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에 부끄러웠습니다..=_= 카메라 수리점만 해도 미슈 데려오고 나서 처음이니.. 반성중입니다;;
그래도 생각지도 못했던 저렴한 가격에 손봐주시겠다고 하시니 감사할 따름.. 예쁘장하게 손질된 모습이 기대가 되는군요.
그나저나 기억력 나쁜 탓에 다른 역으로 갔다가 급하게 바른 길로 되돌아가는바람에 부츠를 신고 뛰었더니 발바달에 물집이 생길듯... 누구 말마따나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합디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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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3월29일의 일상

1. 얼마 전부터 지하철 안에서도 끊김없이 와이파이가 된다. 그러니까 역사에서만 되던것이 이제는 이동하면서도 된다는 소리. 덕분에 장장 한 시간을 전철 안에서 이동해야하는 나로서는 따분할 일이 없어질 것 같다.

2. 중학교때 무슨 바람에선지 클래식기타를 샀었다. 낙원상가에서 뭐가 좋은지 아무것도 모른채 아저씨가 좋다고 집어주셨는데.. 어쨌든 샀다. 사고 나서 몇번 뚱가뚱가 하다가... 뒷말은 안해도 누구나 짐작하는 그 참상이 내 기타에게도 일어났다.
확실히 누구나 어렸을 때 한 가지 악기쯤 배워본(만져본) 경험이 있다. 그치만 음악에 눈을 뜨고 정말 음악을 하기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 내가 아는 한 아이는 초등학교때 벌써 쇼팽 발라드 2번을 '소화했으며('쳤으며'가 아닌)' 대학생이 된 지금은 피아노 전공자로서 자신의 음악세계를 만들고 있다. 어려서부터 악기를 만진 모든 어린이가 이런 악성을 갖게 된다면 얼마나 좋으련마는 공정하게도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또 다른 재능을 찾아서 피아노 앞을 떠난다. 그러고보면 대부분의 어린이들보다 꽤 오랫동안 피아노를 배웠지만 그 대부분의 어린이들처럼 다른 재능을 찾아간 나는 정말 확실히 악성은 아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치만 한 가지 부인할 수 없는 것은 나이를 먹고 자라면서 음악에 눈이 떠진다는 것이다. 악기를 다루는 능력이라기보다는 음악을 듣고 느끼고 즐기고 때로는 전율도 하는, 음악에 반응하는 세포들이 눈을 뜬다는 말이다. 생각해 보면 악성을 가진 어린이들은 이 현상을 좀 더 빨리 겪은 것이 아닌가 싶다. 비단 음악뿐만이 아니라 예술과 나름의 '미'라는 것에 대한 욕구가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나에게도 뒤늦게 정말 뒤늦게라도 이 현상이 찾아왔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로 인해 가장 먼저 생긴 변화는 피아노를 다시 한 번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과 내버려두었던 기타를 배워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다. 특히 기타는 현을 한 번도 배워보지 않은 내게는 신선한 시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음악의 지평을 넓히는 과정에서 기타곡을 많이 듣고 사랑하게 된 것이 그 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작년부터 조금 앞서 있는 친구에게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기타집에서 꺼내어 놓고 줄을 갈고 매일 보고 저녁마다 소리를 내 보고 있다. 한 곡 한 곡 손에 익혀갈 때마다 느끼는 기쁨은 어린 시절 피아노 레슨을 잘 받았을 때에도 느끼지 못하던 감정이다.
어른의 성실함으로 이 흔치 않은 즐거움을 유지해 나가는 것은 이제 나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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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농담과 장난으로 위장한 대사들 사이사이에 긴장이 팽팽하게 감돌고 있다.
손 끝에서 쏟아져 나오는 부정과 거짓은 태연함이라는 푯대를 향해 웃음이라는 꼬리를 달고 달려간다.
그 와중에도 난 갈비뼈마저 세차게 두드리는 그것으로 인한 떨림이 전해지지 않아서,
나의 상기된 얼굴이 그 사람 앞에 있지 않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가득할 뿐이다.
진실은 세차게 껍질을 두드리고 있지만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에 솔직해질 수 없다.
답답하다
가슴에 돌을 얹은 듯 압박감에 마음이 아려온다

2009.10.24 the Nike+ Humanrace 10k 참가하다~


  지난주 토요일 한강 여의도공원에서 출발하여 총 10km를 달리는 나이키 휴먼레이스에 참가했다.
  두달전인가 친구랑 보라매에서 뛰고나서 달리기에 관심이 생겨 동호회 활동도 시작해보고..새 러닝화도 사보고..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근처 학교 운동장을 돌거나 동호회에서 10키로도 한번 뛰어보면서 아주 조금씩 준비를 했다.
  기록은...57분 20초
  여태 언제 달리기를 하든 기록을 재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이 기록이 첫 공식기록이 될듯 하다.
  음..내가 약골은 아니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어서 별 걱정은 안했는데, 10월들어 바쁜 일이 많이 있어서 운동도 띄엄띄엄, 많이 뛰어보지 못해서 급격한 체력저하ㅠ 역시나 레이스 중반이 지나면서부터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이정도도 뛰지 못하면, 몸이 힘든것도 견디지 못하면 뭘 해도 끈기있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었다. 우선 귀에는 전날부터 경쾌하고 가벼운 느낌으로 선곡한 곡들로 가득했고 힘들때마다 노래에 집중했다. 초반은 좀 순조로워서 강도 바라보고 옆사람들과 눈도 마주치고 여유롭게 뛰었지만 특히 7mk지점을 지나 죽을듯이 힘들어서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쉬고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할 때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루마 출연분을 녹음한 부분이 나왔는데 내가 좋아하는 이루마님(꺄~~)의 목소리와 피아노, 그리고 유머감각이 풍부하신 우리 윤도현님의 입담 덕분에 소리내서 웃을 수 있었다(옆사람들의 시선은 쌩~ 어짜피 안볼사람들..ㅋㅋ). 그 이후로 힘이 나서 앞으로 뛰쳐나갔고, 결승선이 눈앞에 보이자 전속력으로 달려서 골인!
  도심을 달린다는 말을 읽을 때에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정말로 빌딩들을 끼고, 그 사이로 난 뻥 뚫린 8차선 도로를 지나기도 하고 늘상 차로 다니던 도로를 달리니 기분이 묘했다. 신기하기도 하고..ㅎㅎ
  맨 처음 목표는 1시간 내에 들어오는거라 2그룹에서 출발했고, 출발하기 전에도 힘들면 좀 뒤쳐져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뛰기 시작하니 오기가 생기기도 하고 칼을 뽑았으면 끝을 봐야한다고 생각해서 마쿠 뛰었더니 목표는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아파오는 허벅지...ㅠ 그리고... 한강 TR때처럼 발톱이 아프다. 왼발 약지는 많이 들려서 피가 차기도;; 뛰는 폼이 나쁜건가.. 상담이라도 받아봐야 하나.. 이것땜에 며칠간 수련시간에도 아파서 발구름을 잘 할 수 없었다.. 음... 내일은 테이핑이라도 하고 수련을.....
  어쨌든 뿌듯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레이스 후 남은건..기능성 티셔츠..(흐흣..+_+ 앞에 휴먼레이스 글자가 있기는 하지만..그래도..흐흣+_+)와 여러 가지 기념품.. 무엇보다 성취감^^
  내년에도 또 뛰어야지..ㅎㅎ

아래는 내 성적~
 

요로코롬 뛰었다네..


요건..전체 등수..

요건...전체 여자 중 등수..

요건..서울 등수!

요건..서울 여자 등수! 아깝다..좀만 더 힘낼걸..ㅠ

20091017 선발전 있던날

6월이었던 서울컵이 연기 되고 또 연기되다가 10월 31,11월 1일로 날이 잡혔다
전에는 여자가 적어서 미달로 나가기도 했는데
이제는 여 검우들이 많아져서 여자부도 선발전을 하게 되는 상황!
게다가 경기가 모처럼 토요일이라길래 나도 신청 ㄱㄱㅆ하였으나
선발전 당일날 재공고가 난걸 보니 단체전이 주일이네??....ㅉ...
그래도 일단 신청은 했으니..그리고 여자부가 두팀이 나가도록 변경돼서 선발전은 치뤄야 하는 상황..
솔직히 요즘 밤샘이다 뭐다 해서 새벽에 빠지고 저녁도 불성실하게 나가서
양심없이 승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날 시합에서 승을 해서 그런지 약간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결과는 역시 처참...언니들이 휘두르는 칼이 정신차리라고 엄포라도 놓는 것 같았다.
당연한....결과였다고 봐야..하겠지만 사범님 뵐 면목도 없고 나 자신이 부끄럽고
뭣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번 선발전이 충격요법이었다고나 할까
시험이 끝나고 나면 다시 무딘 칼을 갈아야겠다
서울컵에 나가게 되든 안 나가게 되든 초심으로..
여하튼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그리고 역시 우리 언니들은 멋지다ㅠㅠd크아...
남자부 박력들도 ㅠㅠd크아...
참참 그리고 지긴 했지만 내가 한 득점중에 언젠가 해보고 싶었던 시간차 공격이랑 며칠 전에 배운 허리치기가 잘 들어가서 그 점은 좀 만족스러웠다는..'기술'이라는 게 이런거구나 싶다
그래도 늘상 느끼는거지만 왜 집중해서 쳤는데 나는 왜 빗나가는걸까....
요는..아직 수련이 부족한 정은재는 각성하라! 라는거?
하지만 이렇게 부끄러워도
신기하게도 칼을 놓고 싶은 생각보다는 오히려 오기가 생긴다는 것
역시 검도엔 뭔가 마력이...???





20091005 speed!!

검도하면서 기분좋은 것 중에 하나는..스피드다
어느 정도 타격이 익숙해 지고 발도 웬만큼 자연스러워지면
처음엔 기검체가 안맞아서 어색하고 넘어질것같지만
그것도 몸에 익으면
기합을 지르고 죽도를 앞으로 하면서 몸을 날려 치고 나가는 순간의 스피드를 느낄 수 있다.
몸상태가 괜찮은 날이면 즐기게 될 수도..
간만에 느꼈던 기분 좋은 느낌..

요즘 빠져가지구..ㅠ 정신차리자!

아 그리고 오늘은 관장님의 지도 하에..수련하다가 지난번의 작은머리에 이어
큰머리 여러방, 손목도 여러방, 허리도 여러방 맞았다
감격ㅠㅠ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사진가 김영갑씨를 기억하다.

2004.01.27 1판 1쇄 발행.
  하지만 이 책의 전반부는 그보다 훨씬 전인 1997년에 '섬에 홀려 필름에 미쳐'라는 책의 일부를 발췌해 실었고, 그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병마와 싸우게 된 이야기, 그리고 그 이 책이 나올 당시에도 계속 앓고 있으면서 어떻게 사진과 대면했는가 하는 것을 사뭇 담담하고 절제된 필체가 후반부를 이루고 있다. 처음엔 몰랐는데 도서관에서 두 권의 책을 접수한 뒤 글씨가 좀 크고 깔끔한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어머니께 빌려드리고 내 책을 먼저 반납한 다음 잊고 있다가 돌려드리는 과정에서 낯익은 내용들이 눈에 보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후반 부분은 내가 본 내용이 아니라서 학교오는 길에 완전히 심취해 읽었다.

  솔직히 김영갑이라는 사진작가에 대해 알고있는 게 없었고, 여름방학 끝무렵에 제주도를 방문하게 되면서 비로소 그의 존재에 대해 강렬하게 각인하게 되었다. 무식한 티를 철철 내면서 부모님 따라 찾아간 고 김영갑씨의 갤러리 '두모악'. 김영갑씨의 생전 거처이자 전시관었던 두모악은 10여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제주도와 교감하고 부대끼면서 살아 온 한 예술가의 고단함과 역경은 보이지 않고 단아하고 정갈한 인테리어와 작업실, 마당과 구멍 송송난 현무암 돌담들에 소박했던 김영갑씨의 모습이 그대로 묻어있는 듯 했다. 전시된 사진을 찍은 사진기는 대부분 파노라마 카메라. 그는 일반 3x5나 중형 사이즈로 찍었으면 느끼지 못했을 시원하고 신비롭고 이국적인 풍경을 필름에 길게길게 담았다. 제주도에 사진 찍으러 간다는 사람들이 많고, 갈 때마다 큼지막한 장비들을 하나둘씩 메고 가지만, 제주도의 센 바람을 오랫동안 온 반 토박이 아저씨의 소형카메라보다 보는 눈이 없어 허탕만 치고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결과물도 비할바가 못된다. 일회성의 눈요기에만 좋은 육지인들의 사진과는 달리 김영갑씨의 사진은 어쩐지 셔터가 느린듯 하면서도, 약간은 뭉개진듯 하면서도 자꾸 눈이 가는 그림과 같다. 제주도에서 있던 마지막 날, 그와 그의 작업장과 그의 사진에 반하다.
  사진은 한순간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셔터를 누르는 순간마다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하는 작업과도 같다. 요즘들어 기분이 뒤죽박죽이다가도 카메라를 잡고 그 작은 뷰파인더 안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면서 손가락을 신중히 누르다보면 잠시나마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어서 좋다. 그게 카메라를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다보면 빛을 따라가게 된다. 추하게 보이는 것도 빛 때문에 변해서 조그마한 필름면에 아름다운 것으로 와 박힌다. 그게 카메라를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잘 어울리지 못하는 내가 카메라만 지니고 골목을, 들판을, 강가를 돌아다니면서 지내는 동안에는 외로움도 그리움도 시선 너머에 가려둘 수 있다. 그게 또한 카메라를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미로만 삼아 왔던 카메라가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사회로 몰아넣는 와중에도 말없이 붙잡아 주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녀석으로 남아 있다.

  사진을 찍는 외로운 이들이라면 공감하지 않을까, 김영갑씨도 나와 아마 비슷하지 않았나 싶다. 부모 형제 친구를 떠나 섬에 살면서 그렇다고 해서 원주민들의 환대를 받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박한 대접을 받아야 했던 그가 처절한 외로움 속에서 카메라를 놓았다면, 그의 마음에 해답을 준 자연을 손수 담지 못했다면 외람된 말이지만 그의 성격에 아마도 루게릭 병을 진단받기 전에 이미..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누구의 간섭도 눈치도 없이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면 외로움과 궁핍함은 감수해야 한다. 외로움과 궁핍함을 즐기려면 무언가 소일거리가 있어야 한다. 즐거운 소일거리가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간장, 된장, 고추장만 있으면 돈이 없어도 하루가 상큼하다. 몸만 움직이면 자연 속에 먹을거리는 무진장이다. 굶주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에 묻혀 지내는 한 돈 걱정은 없다. 문제는 소일거리다. 365일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소일거리만 있으면 된다.제주도의 속살을 엿보겠다고 동서남북 10년 세월을 떠돌았다. 그러고 나니 제주도가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디서 바라보는 해돋이와 해넘이가 아름다운지, 제주 바다는 어느 때에야 감추었던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지 나름대로 최상의 방법들을 찾아내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숲보다는 나무로, 나무보다는 가지로 호기심이 변해갔다. 계절에 따라 기상의 변화에 따라 시간대에 따라 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풍경은 시시각각 달라진다. 그 진면목을 무어라 단정지을 수 없다. 아름다움의 핵심에 도달하는 황홀한 순간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최적의 장소에서 미리 준비하고 대기해야 한다. 그래야 삽시간의 황홀을 맞이할 수 있다. 결정적 순간을 만날 수 있다. 눈을 감아도 밤하늘 별자리처럼제주도 전체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남들이 보지 못하느 ㄴ대자연의 황홀한 순간을,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대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려면 스물 네 시간 깨어 있어야 한다. 깨어 있으려면 삶이 단순해야 한다. 스물 네 시간 하나에 집중하고 몰입을 계속하려면 철저하게 외로워야 한다. 하고 싶은 일에만 몰두하기 위해서는 최소의 경비로 하루를 견뎌야 한다. 부지런하고 검소하지 않으면 십년 세월을 견딜 수 없다. 십년 세월을 견딘다고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온몸을 내던져 아낌없이 태워야만이 가능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시행착오를 통해 마음의 눈은 떠진다. 진짜는 두 눈이 아닌 심안으로 보아야 한다. 심안은 간절히 원한다고 열리는 것이 아니다. 앞뒤 재지 않고 육신을 내던져 간절히 소망할 때 마음의 눈은 열린다. 365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태풍이 부는 날ㅇ리나, 바람 한 줄기 없는 날에도,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도 똑같은 장소에 간다. 앉아서 보고, 서서 보고, 누워서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슬플 때에도 기쁠 때에도, 혼자서 바라본다. 그렇게 몰입한 후에야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 한다. 제주만이 간직한 아름다움이 제모습을 드러낸다. 보여 준다고 볼 수 있는 것도,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고 느낄 수 있는 심안이 없으면 그저 무심히 지나친다. 지금까지 무심히 지나친 것들 속에 진짜배기는 숨겨져 있었을 지도 모른다. 모르기에 마음 편안히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 심안으로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마음이 고요해야 한다. 마음이 고요해져선 혼자 지내야 한다. 삶의 의욕이 넘치는 젊음은 온갖 유혹에 흔들린다. 생각을 하나로 모으려면 잡념이 없어야 한다. 한 가지에 몰입해 있으면 몸도, 마음도 고단하지 않다. 배고픔도, 추위도, 불편함도, 외로움도 문제되지 않는다. 하나에 취해 있는 동안은 그저 행복할 뿐이다. 몰입해 있는 동안은 고단하고 각박한 삶도, 야단법석인 세상도 잊고 지낸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서..

  외로움과 사진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사진과 진지하게 정면으로 대면하려면 주변 사정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눈 안에 두어서는 안 된다. 김영갑이 그랬고, 나도 가끔.. 카메라를 넣고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에서 약간의 적응이 필요하지만.. 말없이 등을 대어 주는 까맣고 묵직한 이 녀석이 기특하다. 이것이 내가 카메라를 놓을 수 없는 이유다.
  
  그의 삶과 그가 남긴 사진들을 잠시 추억하면서..제주도를 사랑한 사진가 김영갑씨를 기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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