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행복한 시간

 오랫만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보낸 3시간이었다. 짧다면 짧지만 길지도 않은 그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까..생각하다가 결국은 나의 장기인.. 한 친구의 어깨를 빌려서 그냥 이 사랑스러운 사람들을 한켠에서 지켜보면서 듣고 웃고 가끔 맞장구치고..익숙한 음악을 흥얼대면서 시끌대면서도 마음만은 그때로 돌아간듯한 이 분위기를 편히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순간 슬픈 느낌이 드는 이유는 이녀석들을 가까이 살면서도 서로를 자주 볼 수 없다는 것과 같이 있으면서도 쏜살같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 너무도 아쉽도록 느껴진다는 것. 엥이~~
 이야기는 왠지 남자친구이야기로 흐르고말았다. 남자친구에 대한 푸념이랄까??ㅋ 혹은 새로운 남자친구에 대한 자랑이랄까.. 혹은 오래된 남자친구에 대한..은근한 염장질과 자랑질??ㅋ그때 모인 5명의 멤버 중 3명이 임자 있는 몸이었고, 솔로(만세-ㅅ-)는 은지와 나뿐..ㅋㅋ그래서 그녀들의 연애사와 남자이야기를,,푸념들을 듣고있다보니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기도하고..그러나 조금은 씁쓸한 마음에 조그맣게 한숨도 쉬면서..갑자기 한 얼굴이 떠오르는 것을 막지는 못하고 잠시 멍때리면서 생각에 빠지기도 한 나였다..! 하지만 결론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리고 연애를 한다는 것은 기력을 무진장 소비하는 일인 것을 알기 때문에.. 안그래도 공부하면서 살면서 내 한몸 간수하기도 힘든 나로써는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러기에 개강 전에 여느때처럼 하던, 그, '마음을 다시 동여매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연애라..내가 원하는 건 남자친구가 아닌 '속 깊은 이성친구'일 뿐인데, 사실 그런 친구 구하기가 더 힘들긴 하지만..그런 친구가 한명쯤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일 뿐인데, 사람을 사귄다는 것이, 인간관계라는 것이 여자건 남자건간에 친해졌다가도 갑자기 멀어지는건 한순간이고, 그 많은 인연 중 절친한 관계로 남아있는 건 소수이고, 그렇게 멀어지면서 남는 건 한쪽에 의지하고 있던 사람의 상처뿐이기 때문에 그런 경험을 많이 해본 나로서는 누구에게도 선뜻 마음이 열리지 않고 그냥 주춤거리기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옛친구가 좋다지만, 그리고 그 옛친구를 만나면 한없이 편해지는 마음이지만, 한편으로 약간 아쉬워지는 건 어째서 대학 진학 후엔 이런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는지.. 물론 사근하지 못한 내 결점탓이기도 하지만 주위에 편한 사람 하나 없다는 게, 그리고 그렇다고 믿었던 사람들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걸 보고 있다는 게 참..아쉽다.
 그렇기 때문에 이녀석들이 얼마나 소중한 인연인지..새삼스럽게 느끼면서 어깨를 빌리고 때론 빌려주기도 하는 동안에 시간이라는 무심한 작자는 빨리도 지나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