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음주우우우...=ㅅ=

1. 며칠 전에 과대표에게 오늘..학과장 오교수님과 저녁식사를 한다는 말에 오늘 아침까지 갈가말까 하다가..과생활은 잘 안하지만 오는게 좋다 싶어서..나갔다왔는데.. 1차 인원이 워낙에 적어서..실망했는데 결국 8명이서 ㅋㅋ볼링치러~! 처음엔 공 빠지고 튀고 하더니..나중엔 스트라이크도 치고~ 80점까지도 해봤다는 후후..재밌더군..오교수님은..탁구도 잘하시고..볼링도 잘하시고..완전 만능 스포츠맨..-ㅅ-d 교수님과 한팀이 된 나는 자연히 묻어가기..ㅋㅋ아이스크림 먹었지+ㅁ+..
이후에 2차로 다시 학교로 와서..10명정도가 합류하여..진사식당에서 밥을 먹고~ 맛있는 부대찌개를 먹고..3차 도마뱀에서 알콜의 시간을 가짐.. 간만에 하는 음주라 맥주 한잔에도 약간 기분이 좋아져버렸다. 후후..아홉시쯤에 일찍 나왔지만..살짝 취기가 올라서 겉은 멀쩡해보여도..사실은 몸이 자꾸 왼쪽으로 쏠려서..균형잡느라 애좀 썼다는;
집에 도착하니 예감대로 김샘에게서 연락이 오고..일을 하고..방금 막 끝난..터.. 근데 아까 커피를 좀 진하게 마셨더니 잠이 안온다. 내일은 운동도 꼭 나가야 하는데....

2. 대학로를 지나 혜화역으로 가는데 문득 7월의 좋았던 그날이 떠올라..우리가 잠시 머물렀던 카페가 있는 곳으로 부러 발길을 돌려 걸었다. 아쉽게도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그 카페는 아쉽게도 내부공사중이라 슬쩍 올려다보지 못하고 굳게 닫힌 예쁜 철문만 바라보고 작은 한숨만 내쉬고 다시 역으로 걸어가다. 그래도 좋은 언니, 오빠, 선배, 친구녀석이 있었던 작은 카페가 우리들의 이야기와 음악만으로 가득했던 그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잠시 미소를 지었다 :)

3.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거나하게 취한 아저씨를 만났다. 누구랑 한판 했는지 얼굴은 상처투성이, 긁힌 자국이 군데군데.. 보통때같으면 그냥 얼굴을 돌렸을 것을 오늘은 왠지 내 앞에 앉은 그 아저씨의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해진다. 술취한 어른의 얼굴.. '어른의 얼굴'.. 그리고 적당히 취기가 오른 '젊은 사람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젊은사람이라면 저정도로 취한 상태로 혼자 지하철에 오르지는 않겠지.. 수치심과 부끄러움..일 것이다. 젊은세대는 남의 시선을 (가끔은 지나치게) 의식하여 마치 공작처럼 자신을 꾸며댄다. 그리고 남의 눈에 한치라도 부끄럽게 보이는 것이 있다면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 그들. 저 아저씨도 그런 때가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한 50대 전후반 같은 아저씨도 머리 새카맣던 젊은 시절이, 창피함을 알던 시절이, 포마드를 아끼지 않았던 시절이.. 설사 살짝 오른 취기에 버스 안에서 무릎이 살짝 꺾이는 일에도 부끄럽게 얼굴을 붉히던 시절이.. 그러나 이제는 이 모습을 전등이 밝은 지하철 안에서 만인에게 보임에도, 구두까지 벗어던지고 잠꼬대를 함에도 아무 수치심이 없다. 보기가 거북하다.
부끄러움을 잊어가는 아저씨, 아주머니들. 우리들이 향해 가고 있는 '어른의 얼굴' 인가. 30년 후의 나의 모습은...?

4. 지하철 안에서 '우리 고양이하고 인사하실래요?'를 다 봤다. 여행길에서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꽤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근데 마지막 부분에 일곱 고양이의 최후를 하나둘씩 적어놓은 부분이 그 취객 아저씨를 보고 난 느낌과 오버랩되어서 약간 의기소침..했었지..좀 우울해졌지만..그리고 배가 고프지만ㅠㅠ 이제 시간이 늦었으니 누워있다보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잠과 함께 사라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