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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sse, Hermann(헤르만 헤세) <젊은날의 초상-청춘은 아름다워라> 中

       
  나는 바지와 윗옷을 갈아입었다. 따뜻한 대기 속에서는 더 이상의 옷이 필요 없었다. 구두를 손에 들고 맨발로 집을 빠져나와 담을 타넘고는 조용히 잠든 거리를 지나 천천히 강을 따라 상류로 걸어올라갔다. 속삭이듯이 고요히 흐르는 강물 위에는 조그마한 달그림자가 떠 있었다.
  묵직한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흘러가는 강물을 따라 걷는다는 것은 언제나 신비스러운 느낌이 들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영혼을 뒤흔드는 것 같았다.
  그때 우리들은 근원으로 돌아가서 동물과 식물의 혈연을 느끼며 또 집도 거리도 고향도 없이 유랑하고 있던 인간이 수풀과 강물과 산과 이르들을 동류로서, 혹은 친구나 원수로서 사랑하며 미워하던 태고의 생활을 어렴풋이 그려 보는 것이다.
  그리고 밤은 우리로 하여금 공동생활이라는 습관적이며 허위적인 감정에서 벗아나게 해 준다. 등불 하나도 켜져 있지 않고 사람의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 혼자 눈 뜬 자는 고독을 느끼며 외부로부터 단절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나는 그러한 감정을 느꼈다. 나의 우울한 기분은 가라앉아 조용한 관조로 변했다. 저 아름다운 헬레네는 아마도 내가 그녀에게 느끼는 만큼의 애정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슬퍼졌다.
  그러나 나는 또 끝없는 아련한 슬픔 때문에 나 잣니을 망쳐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다는 이러한 불가사의한 인간의 감정이 휴가 중의 한 청년이 느끼는 슬픔의 괴룽ㅁ보다는 훨씬 진지한 운명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예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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