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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29 11년3월29일의 일상

11년3월29일의 일상

1. 얼마 전부터 지하철 안에서도 끊김없이 와이파이가 된다. 그러니까 역사에서만 되던것이 이제는 이동하면서도 된다는 소리. 덕분에 장장 한 시간을 전철 안에서 이동해야하는 나로서는 따분할 일이 없어질 것 같다.

2. 중학교때 무슨 바람에선지 클래식기타를 샀었다. 낙원상가에서 뭐가 좋은지 아무것도 모른채 아저씨가 좋다고 집어주셨는데.. 어쨌든 샀다. 사고 나서 몇번 뚱가뚱가 하다가... 뒷말은 안해도 누구나 짐작하는 그 참상이 내 기타에게도 일어났다.
확실히 누구나 어렸을 때 한 가지 악기쯤 배워본(만져본) 경험이 있다. 그치만 음악에 눈을 뜨고 정말 음악을 하기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 내가 아는 한 아이는 초등학교때 벌써 쇼팽 발라드 2번을 '소화했으며('쳤으며'가 아닌)' 대학생이 된 지금은 피아노 전공자로서 자신의 음악세계를 만들고 있다. 어려서부터 악기를 만진 모든 어린이가 이런 악성을 갖게 된다면 얼마나 좋으련마는 공정하게도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또 다른 재능을 찾아서 피아노 앞을 떠난다. 그러고보면 대부분의 어린이들보다 꽤 오랫동안 피아노를 배웠지만 그 대부분의 어린이들처럼 다른 재능을 찾아간 나는 정말 확실히 악성은 아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치만 한 가지 부인할 수 없는 것은 나이를 먹고 자라면서 음악에 눈이 떠진다는 것이다. 악기를 다루는 능력이라기보다는 음악을 듣고 느끼고 즐기고 때로는 전율도 하는, 음악에 반응하는 세포들이 눈을 뜬다는 말이다. 생각해 보면 악성을 가진 어린이들은 이 현상을 좀 더 빨리 겪은 것이 아닌가 싶다. 비단 음악뿐만이 아니라 예술과 나름의 '미'라는 것에 대한 욕구가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나에게도 뒤늦게 정말 뒤늦게라도 이 현상이 찾아왔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로 인해 가장 먼저 생긴 변화는 피아노를 다시 한 번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과 내버려두었던 기타를 배워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다. 특히 기타는 현을 한 번도 배워보지 않은 내게는 신선한 시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음악의 지평을 넓히는 과정에서 기타곡을 많이 듣고 사랑하게 된 것이 그 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작년부터 조금 앞서 있는 친구에게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기타집에서 꺼내어 놓고 줄을 갈고 매일 보고 저녁마다 소리를 내 보고 있다. 한 곡 한 곡 손에 익혀갈 때마다 느끼는 기쁨은 어린 시절 피아노 레슨을 잘 받았을 때에도 느끼지 못하던 감정이다.
어른의 성실함으로 이 흔치 않은 즐거움을 유지해 나가는 것은 이제 나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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