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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09 슬럼프?

슬럼프?


  지난주에 2박3일 강화도 갔다오고나서부터 활기 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잘 갔다 왔으면서,, 가서 잘 쉬고 놀고 (사실 공부가 더 많았지만-_-) 왔으면서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하겠지만~! 그게 문제다. 너무 잘 갔다온게 문제다..
  내가 다녀온 곳은~ 강화도에 있는.. '자연속 팬션'~ 말 그대로 자연 속에 있어서 인터넷도 연결이 안 되고,, 전파도 지지리도 안잡혀서 통화는 먹통이요,, 문자는 가다가 말고,, 신호 찾느라 핸드폰 배터리가 몇시간이면 나가는 그야말로 산골 팬션이었다. 2박 3일 내내 공부하다..강의듣다..머리가 피곤하면 마당에 있는 그네타고 힘들면 그냥 걸터 앉아서 내 하찮은 목소리로 감히 깨우기가 어려운 적막함에 젖어들어 멍하니 하늘보며 콧속으로 스며오는 산냄새 안개냄새 시골냄새를 맡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좋았던 시간들이었다.
  어제 길다면 길것같던 2박3일, 너무 좋았던 시간들을 마감하고 서울로 들어오는데 와...정말...일상으로 돌아가기 싫더라... 차 돌려서 다시 돌아가고싶더라.. 인터넷 없이 휴대폰 없이 외따로 떨어진 섬에서 산다는게 될까? 초조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이건 뭐 정 반대가 되어버렸네..
  다시 돌아온 지 이틀째..인터넷 안하고 책보고 휴대폰도 꺼놓은 채로 지내고 있다. (낼 아침 일어나야하니까 알람을 위해서 밤에는 켜둬야겠지??) 작년에 이맘때 이런 적이 한번 있었는데 그때는 심신으루다가 안좋은 일이 있었기땜시 그런 것이지만 마실나갔다온 것땜시 이렇게 될줄이야.. 문자 해주시는 친구님들~? 미안하지만~? 난~ 며칠 전 그 때의 기분을 내보고 싶었을 뿐이고~ 메일로 할일을 주셨을 교수님, 박사님들~? 죄송하지만~? 전~ 일상으로 돌아가기 싫었을 뿐이고요~? 아 이건 안되려나? 혼나려나? ㅋㅋ 안되지..일을 쉬면..열심히 벌어서 여행가야지..ㅡ,.ㅡㅋ 여튼..이렇게 해보긴 하는데..생각을 정리해보겠다는 '핑계로' 지금 이렇게 들어와서 글을 쓰는 것을 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도시사람인갑다..싶네^^;;

  예전에 기약 없는 여행계획을 세우면서 '떠났다가 너무 좋아서 돌아가기 싫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자유여행이 아니라 누굴 따라 잠깐 갔다오는 일정이었는데도 이정도면 정말 여행 떠났다가는 돌아오지 않고 증발해버릴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돌아와서 이런 후유증이 계속 생긴다면 떠나기가 약간 두려운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내가 맡은 일도 있고.. 내가 해야 하는 일도 있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훈련.. 내일 도장 새벽반 출석부에 도장 찍는 것으로 시작해야겠지? 며칠 안나갔다고 몸에 힘이 빠진게 느껴진다. 손에 굳은살도 약간 부드러워졌고..
  예전에 어느 책에서 본 글귀가 생각난다. 여행하는 중에도 갈길을 가지 않고 안주해 버리면 일상에 매몰된 삶보다 더 못한 것이고,, 일상 속에서 일상을 즐기면 그것이 여행이 되는 것이라고.. 내 삶도 하나의 여행이다. 옆으로 난 오솔길이 즐겁다고 거기에 안주하면 정작 가야 할 길은 세월에 묻혀 보이지도 않아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가끔씩 양옆을 힐끗거리더라도 내 행로는 바로 알고 즐겁게, 발을 구르면서, 콧노래 부르면서 걸어 가자..
  이렇게 응원하면서 월요일로 나를 내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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