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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11 아라이 만 <음향소설 에펠탑의 검은 고양이 (Le chat Noir Sur La Tour Eiffel)>

아라이 만 <음향소설 에펠탑의 검은 고양이 (Le chat Noir Sur La Tour Eiffel)>


"그런데 대종사님, 세상 사람들은 당신이 문학이나 미술이나 그밖의 예술 전반에 조예가 깊고 통찰력도 날카롭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런 당신께 묻겠습니다.
  예술이 예술인 까닭이 무엇인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대답해주세요. 이만큼 단순명쾌하고 이만큼 본질적인 질문도 없을 겁니다. 적어도 당신이 예술가를 표방하는 인간이라면 이렇게 단순한 질문에 대답 못할 리가 없습니다. 왜 그러세요? 말 없이 부들부들 떨고만 있으면 이야기가 안되잖아요?
  그럼 할수 없군. 내가 가르쳐드리죠.
  예술이 예술인 까닭은 무엇인가? 그건 바로 독창성입니다. 그 이외에는 있을 수 없어요. 그 이외의 것은 모두 부록에 불과합니다. 군더더기에 불과합니다. 요컨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아무래도 좋은 것에 불과합니다. 아시겠습니까? 불필요한 것,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하나하나 정성껏 제거해가는 겁니다. 그러면 언젠가는 진실이 나타나겠지요.
  그러면 진실이란 무엇인가? 그게 독창성입니다. 이미 있는 것을 부정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 세상에 없는 것을 새롭게 제시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따라서 진정한 예술가는 절대로 남을 흉내내지 않습니다. 남을 흉내내어 아무리 성공해도, 아무리 부를 쌓아도. 그런 놈은 예술가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단순한 앵무새죠. 나는 남을 흉내내는 앵무새가 될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바그너가 아니라 사티입니다. 그래서 사티풍으로 작곡하는 방법밖에 모릅니다. 게다가 내 작품은 바그너풍이 아닐 뿐더러,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바그너가 빨강이라면 나는 하양입니다. 하얀 음악을 앞에 놓고, 빨갛지 않아서 싫다고 당신은 떼를 쓰고 있습니다. 얼마나 유치한 수작인가요. 하지만 펠라당 대종사님, 당신이 끔찍이도 싫어하는 이 하얀 음악은 틀림없이 장수할 겁니다. 당신의 '별들의 아들'은 이 하얀 음악이 딸린 덕분에 백 년 뒤에도 사랑받게 될 거라구요. 그때 당신은 천국에서..........아니면 지옥에 있을까요?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자신의 행운을 진심으로 기뻐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부끄러워하고, 당신이 지은 죄가 너무나 깊은 것이 두려운 나머지 다시 한번 죽고 싶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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