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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13 수능날이구나.. 3

수능날이구나..


  내가 수능을 본지도 벌써 3년이나 지났다.
  내일 시험 보는 우리 고3 어린이들은..지금쯤 그다지 편하지 못한 잠을 자고 있겠구나
  안자는 학상이 있다면 몇시간만이라도 자둬야하는데..시험시간에 긴장하려는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잠이 쏟아질테니;경험상ㅠㅋ
  나 수능보던날을 생각하면..아침에 얼굴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맘속에는 거의 울상이 되서 어머니께 인사드리고..딱딱하게 굳은 몸으로 앞에는 그 동안 내 나름대로 요령껏 색색 연필들로 꼭꼭 눌러 쓴 정리공책들과 하필이면 수능날 가장 감기가 심해진 탓에 준비한 휴지 한 뭉치와 도시락을 꼬옥 안고 두 손은 맞잡은 채로 승용차 조수석에 앉아서..시험보는 학교 앞까지 눈은 정면만..수능이 처음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긴장하고 떨었을까?
  학교 앞에서 포옹이나 볼을 쓰다듬어주시지는 않았지만 걱정과 사랑과 위로가 듬뿍 담겨있는 "갔다와라"라는, 아마도 수능 전 마지막으로 들었을 아버지 목소리를 뒤로 한 채, 그때는 잘 선택하지 않았던 제2외국어인 중국어를 선택한 탓에 고3때였으면 마중나오셨을 담임선생님과 후배들이 없이 나혼자 무감각하게 다리를 움직여 정문을 들어서고 교실로 들어섰었다.
  문제를 풀던 내 모습은 이제 거의 희미해졌고, 그나마 기억나는 건 그때 나누어 준 샤프가 상당히 필기감이 좋았다는 것과 코에서 휴지를 떼면 재채기가 나와서 내내 휴지를 코에 대고 있었던 것, 같은 교실에 동창 친구가 한 명 있었다는 것, 수학문제 두 문제를 수정했던 것, 바로 옆에 히터가 있어서 너무 더웠다는 것, 시험이 끝난 후 가방을 베고 열을 식혔던 것, 깜깜해진 밤에 학교를 나올때 주위의 그 분위기. 그 후로는 정말 정말 어렴풋이 기억날 뿐. 돌아오는 길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집에 와서 채점을 하고 드러누워버렸었지..첫 경험 때보다는 약간의 안도감을 안고서..
  고3때 성적표가 나왔던 그 1주일을 생각하면 정말 우습다. 그때는 절망감에 빠져서 어떻게 해도 나오지 않던 눈물을 휴지뭉치가 거의 젖도록 엉엉 울어댔었는데..그 몇년 전에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본능적으로 대처한 것 같다. 그렇게 눈이랑 코가 만득이인형처럼 불도록 울고..기분전환으로 어머니께서 사주신 밥 먹고 체해서 거의 2주 동안 앓아누웠었더랬다. 재수하고 나서 본 시험은 그나마 덜했다. 채점결과가 나아졌으니까. 그래도 수험스트레스가 어디갈까..성적표가 나올 때까지, 성적표가 나오는 당일까지 이빨이 다 빠지는 꿈을 꾸는가 하면 제일 잘 본 과목 OMR카드에 수험번호를 안쓰고 나온 꿈, 또 시험장에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아무리 버스가 가도 같은 정거장에 서서 걸어가려고 내려서 시계를 보니 벌써 듣기평가시간이 다 지나가고 있는 꿈이라든지..그런걸 많이 꿨었다.
  집에 오는 길에 부모님과 나의 고3시절과 재수생 시절에 대해 농담처럼 그땐 그랬었지~ 하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은 힘들지만, 나중엔 다 추억이 될거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해가 갈수록 이해가 되고 있네..그러니 수험생들..오늘 하루만 힘내길..좋은 결과는 지금까지의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받고, 나쁜 결과가 나온대도 정직하게 나를 돌아보아 반성을 하든지, 아니면 꼭 높은 대학을 가야 출세하는 문이 열리도록 만들어놓아 숨통을 조이는 비정상적인 한국교육을 원망하지 절대로 자기를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오늘 교육사회시간에 토론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는데 우리 교육 너무 바뀌어야 할 것이 많다. 한숨만 나오고 답답하다. 모든 10대들이 이런 가혹한 경험을 안고가야만 한다니. 그렇다고 입시에 성공한다고 뭔가 있는게 아니다. 줄무늬 애벌레가 애벌레의 탑 꼭대기에서 아무것도 찾지 못한 것처럼. 그런데도 이런 비정상적인 모습이 너무 굳어져 있어서 어떻게 바꾸어 볼 방도가 생각이 나지 않아 가슴이 꽉꽉 막힌다. 이런 모습의 피해자인 수험생들과 또 그런 길을 걸어 온 나에게 연민의 감정이...
  에효..아무 답도 없이..나 선생님 잘 할 수 있을까?

-_-일단 과제부터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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