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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02 이병우의 <어느 멋진 날>관람 후기..!

 내가 언제부터 이병우선생님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기억하는 것은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보고 난 후 사운드트랙의 알 수 없는 매력에 이끌려 음악감독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음악감독 이병우님을 알게 되고 그 분의 음악을 닥치는대로 찾아듣기 시작한 것 같다. 지금은 기타리스트 이병우님이 더 자연스럽지만 시작은 영화음악으로부터였다. 그러고보면 난 '이병우 얼리아답터'는 아니었다. 그분을 알기 전에 그토록 유명한 '장화홍련'의 사운드트랙이 제작되었으니.. 하지만 지금은 '이병우'라는 세 글자만으로도 온몸의 세포가 쫑긋쫑긋!
 이병우선생님을 처음 봰 것은 2006년, 콘서트를 하신다는 말에 라디오에 사연을 써서 우연히 당첨, 그렇게 멀리서나마 봴 수 있었다. 비록 몸을 조금 일으켜야 연주자가 보이는 2층 구석자리였지만(아무리 초대라지만 좋은자리좀 주지..ㅠ) 그 날 그 공연의 분위기와 설렘은 아직까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어느 멋진 날>이 인천의 작은 아트홀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임 없이 가기로 마음먹었고, 나는 5년만에 이병우선생님을 가까이에서 보고 그의 음악에 흠뻑 취하는 호사를 누렸다.


 기타는 내가 알고 있는 악기 중 심장과 가장 가까이에서 연주하는 악기다. 같은 기타지만 한쪽 무릎에 울림통을 의지하고 소리를 밖으로 쳐내는 통기타와는 달리 클래식기타는 연주자가 네크를 위로 들어올려 바디를 연주자의 상체에 대는 모습으로 소리를 가슴과 함께 울려낸다. 울림통을 품에 안고 코드를 퉁겼을 때 잠시동안 몸을 훑고 지나가는 울림이 아름다운 악기다. 그날 작은 아트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손은 비록 비어 있었지만 공연이 시작되는 바로 그 순간부터 흥분된 앵콜이 끝나는 순간까지 우리들의 가슴엔 어느샌가 이병우선생님이 안겨주신 울림통이 끊임없이 마음을 울리고 있었다.



 

 상당히 가까운 자리 ㅋ 내 착각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공연 중간중간에 이병우님과 눈을 몇 번 마주쳤었다(그렇게 믿고싶다!ㅋ).

 1부는 영화음악 위주. 처음에 나오셔서 아무말씀 없이 '인연'을 연주해 주심. 요즘 내가 연습하고 있는 곡이라서 더욱 반가웠던 곡. 장진 감독님의 로맨틱 헤븐에 삽입되었던 곡. 장진감독님과 이병우님의 조합이라니.. 조만간 봐야겠지 싶다. 외에도 이병우님의 대표적인 영화음악들을 한시간 남짓 들려주셨는데.. 가장 남는 곡은 역시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 삽입되었던 '우리'였다. 이 곡으로 이병우님을 알게 되었기도 하다. 영화 초반에 배경으로 깔리면서 상긋하고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더니 중 후반부에 클라이막스로 달리는 부분에서 재경과 친구의 에피소드에 펑펑 울던 나를 후반부에 다시 웃게 해 주었던 바로 그 곡이다. 장화 홍련과 연애의 목적 삽입곡을 연주할때는 2006년 세종문화회관 공연때도 게스트로 출연하셨던 보컬로 장재형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병우님의 공연에는 대부분 게스트로 출연하신 것 같다. 음악창고에서도 어김없이 나오셨었는데.. 깊은 눈과 거뭇한 수염이 어우러져 있는 마스크, 그리고 소탈한 옷차림을 하고 아주 개성있는 목소리를 내셨던 장재형님. 마음이 있는 분께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시더니 결국 앵콜때까지 통화를 하지 못하셨다고..ㅋ(bgm:당신의 사랑이 행복하기를 by바이준ㅍㅍ) 장재형님! 어눌한것같으면서도 어찌 그리 재치있게 말씀하시는지.. 이병우님과 오래 알고 지내셨다고 하는데 그 세월만큼 두 분은 말씀하시는 스타일이 참 비슷하다. 두분은 함께 '잘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임을 내내 강조하셔서 웃음을 자아냈는데, (에.. 그치만 전 두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ㅋ) '잘 알려지지 않은', '썩 대중적이지 않은' 아티스트들만이 가지고 있는 그 무언가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오히려 본인들은 잘 모를 것이다.
1부 마지막에 추첨을 통해 이병우님이 디자인하신 '기타바(guirarbar)'를 선물해주시는 시간이 있었는데 내 바로 옆자리에 있는 남학생이 그 주인공이 되었다. 어짜피 10명 이상 예매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는 거라서 내가 뽑힐 확률은 없었지만.. 크으 아깝다(ㅋㅋ) 중학교정도에서 단체로 온듯 한데 어찌나 부럽던지..ㅎㅎ 기타보다는럼에 관심이 있던 것 같던 그 소년. 이번 공연을 계기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사실 난 1부보다는 2부가 더 기대됐었다. 이병우님의 음악세계를 좀 더 깊이 알 수 있는 곡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이고, 사운드트랙이 아닌 그의 정규 앨범 1~5집을 알게 되고 그에 귀를 길들여감에 따라 영화음악이라는 무대를 떠난 그의 기타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의 앨범들을 통해 기타는 어쿠스틱만 고집하던 내가 그가 사랑하는 일렉기타의 매력에 동화되었고 멜로디가 있어야 받아들였던 내 귀는 그의 사색이 담긴 곡들을 동일한 사색으로 맞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 비로소 음악들을 조금이나마 골고루 들을 수 있는 한켠의 여유를 만들게 된 것이 사실이다.
 2부에서 오케스트라가 떠나고 그만의 무대에 선 이병우님은 먼저 클래식기타의 진수라고 할 수 있는 전설과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연주하셨다. 그의 음악 중 대표적인 어느 기타리스트의 삶과 자전거, 그리고 야간비행. 고전적인 클래식 곡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여타의 곡들을 직접 들었을 때 가슴에 와닿는 느낌은 그 곳에 있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느껴보지 못할 감동이다. 2부는 이병우님의 음악세계 그 자체로 아트홀에는 오롯이 그의 음악들로 가득 채워졌다. 말이 필요 없었던 2부. 새벅세시나 생각없는 생각, 흡수(!)같이 내가 듣고싶었던 곡을 들을 수 없었던 아쉬움이 조금 있지만 이 몇곡들만으로 충분했다. 요즘 이 세 곡은 특별히 아이팟의 한 폴더에서 무한반복되고 있기도 하다.


가필드

드럼소년

똘똘이안경

 2부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건 함께 했던 밴드의 반주가 공연장 전체를 웅웅거리며 울리고 있었다는 것. 이병우님이 베토벤의 환생이라고(내가 보기엔... 가필드?!) 소개했던 개성 있는 베이시스트는 야간비행에서 단연 빛났다. 성악에서와 마찬가지로 베이스가 없었다면 야간비행이 참 무료했을 것이다. 얼굴이 길고 소년같은 인상을 가진 드럼. 예전에 이병우님이 출연하신 프로그램들을 뒤져보니 드럼은 항상 이분이다. 이병우님과 긴 시간동안 음악생활을 함께 했다고 소개하셨는데 악기를 다루는 음악인들에게는 이런 점이 부럽다. 솔로이스트들도 그렇지만 같은 멤버들끼리 서로 의지와 신뢰관계 속에서 오케스트라나 밴드를 오래동안 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고다음은... 똘똘이안경을 씌우면 딱 어울릴것같은 키보드, 그리고 플라멩코를 전공하셨다는 기타. 이병우님이 이끄는 그들은 완벽했다!


 
'비움'오케스트라에 대해 말하자면.. 오케스트라 이름을 정하지 못해서 비워놓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그대로 오케스트라 이름이 돼서 '비움'오케스트라가 됐다고.. 5년 전에도 하신 말씀을 또 들었다. 악장님이랑 단원들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신 병우님. 그러고보니 악장님을 어디서 많이 봰듯도 싶다. 밴드랑 같이 음악창고에도 나오셨구나..
  이병우님 말씀대로라면 감사하게도 특별히 스케줄이 바쁜 남성단원들까지 많이 동원되었던 덕분에 남성다운 음악들을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앵콜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와 약간 빠른 템포의 '새' 로 마무리하심.


 음악가 이병우님을 동경하고 존경한다. 
거의 평생을 기타와 함께 하셨고, 그렇다고 질리기보다 오히려 점점 음악을 사랑하고 있는 진정한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그런 모습이 기타를 사랑하는 현대인들에게 귀감이 되는 것은 물론 또한 그렇게 살아온 세월만큼 깊은 마음의 깊이가 그의 곡에 그대로 비추어져 듣는 이의 마음을 파고들게 하는 힘이 있음에 나는 그분과 그의 음악을 사랑한다. 느릿하고 어눌하면서도(덕분에 공연시간이 두시간에서 세시간으로..+_+) 진지하고 재치있는 말투까지도 그분의 것이기 때문에 미소로 볼 뿐이다.
 이병우님은 확실히 대중적이지 않다. 80년대를 음악과 함께 살아 온 중년의 어른들이라면 기억하고 있겠지만 젊은 현대인들은 그의 존재를 잘 알지 못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좀 더 대중적이고 싶어하는 그분의 작은 욕심을 보았다. 약간 '위기감'을 느꼈다. 이분을 알고 있는 (나름대로) 소수의 젊은 현대인으로서 이분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쁘지만은 않다. 그분의 음악이 많이 알려지는건 좋은 일이지만 왠지 독점하고 있던 것을 나누어갖는 기분이랄까? 진정한 팬이라면 편협한 생각따위 버리는 것이 맞는데.. 여하튼.. 다음주놀러와에 출연하신다고 하는데.. 세시봉처럼 한번 바람이 불어서 대중적이 되신다면 그분이 원하는 대로이니 좋은 일이겠지만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분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충분히 대중적인 분이시니까 너무 애쓰지 않으셨으면 좋겠다(속좁은 여편네같으니=_=)


 여섯 줄의 악기가 그분의 품에서 노래를 하고 손가락의 작은 움직임에 여섯 개의 현이 춤을 춘다. 이병우는 지갑 속 사진으로만 보다가 아주 오랫만에 재회해서 얼굴을 마주보고 손을 잡고 서서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첫사랑같은 존재, 말하자면 그런 존재다. 이제 다시 사진으로만 보며 생각하게 되겠지만 세 시간을 들뜨고 설레어 있었던 이 멋진 날을 고이 접어 간직할 것이다. 색이 바래도록 꺼내봐야지. 4월의 어느 멋진 날..


 

11.04.01 만우절 그리고 문전박대

1. 만우절이었지요. 네 최고로 재미없었습니다 ㅍㅍ


2. 왜, 아플땐 영혼을 위한 닭고기수프를.. 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오늘이 바로 그 닭고기수프가 필요한 날이었어요. 오후부터 몸이 급격히 안좋아져 골골대는 몸을 이끌고 시험 한시간 치른 뒤 수업을 아홉시까지 풀로 받으니 몸이 후들거리는데다가 저녁도 못먹었는데 집에 가서 내일 있을 종시에 대한 압박감으로 잘 외워지지도 않는 답안을 붙들고 밤을 샐 것이 뻔하다는 생각에 이건 아니다 싶어 학교 앞에서 닭육수로 국물을 낸 맛있는 쌀국수를 한 그릇 마셔주리라 결심하고 나름 쌀쌀한 바람을 뚫고 포'응 쌀국수 집으로 한달음에 달려갔으나 주인아저씨(가 아니고 청년이었지만 지금은 아저씨)는 자리를 두리번거리던 제게 시간이 늦어 손님을 받지 않는다고 단박에 퇴짜를 놓았습니다 오 맙소사
본인은 본디 유순하지 않으나 사납지만도 않은 보통의 여자사람이지만 밥 굶기면 뭅니다. 주인아저씨 파상풍주사는 맞으셨을까 모르겠네요. 하하
(그냥 눈딱감고 팔뚝에 이빨자국 남기는 상상정도??)
여하튼 여러모로 힘든 하루였네요

3. 내일의 할 일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레알???) 종시. 토요일인데도 새벽같이 나와야합니다 오 맙소사
미슈퍼 찾으러 가는 날. 야호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레알!!!!) 이병우님 기타콘서트 가는 날. 야야호!! 먼데까지 가는지라 몸상태가 살짝 걱정되긴 하지만 가까이서 즐겨주겠어요 (번뜩+_+) 참, 혹시나 생길 기회를 위해 차 세트 챙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어요. 예쁘게 포장도 하고.. 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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